[빛전제로 HL] 혼혈 요마씨는 에테르를 먹고싶어!

마감 고생하셨습니다~

W. 사과냠냠이 (@AppleNyamnyamee)


“로일레, 뭔가 좋은 일이라도 있었나 봐?”

그 말만을 기다렸다는 듯, 입꼬리가 내려갈 기미가 보이지 않던 남학생 하나가 잔뜩 흥분에 찬 상태로 방금 있었던 일을 쏟아내듯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붙들려서 끝없는 자랑을 들어야만 했던 당사자와, 그 주변을 지나던 사람들은 모두 질린 눈으로 남학생을 쳐다보았다. 상황은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게 그렇게까지 좋아할 일인가?

그에겐 그만큼 좋을 일이었다. 행복해 죽을 것만 같은데, 죽으면 그 애를 더는 보지 못하니 그럴 수는 없다는 생각 따위를 진지하게 곱씹으며 히죽거릴 정도로. 발걸음이 날아갈 듯 가벼웠다. 살랑이는 바람이 축하하듯 머리를 쓰다듬고 지나갔다. 부쩍 따뜻해진 초봄의 어느 날, 콧노래를 부르며 교정을 가로지르는 로일레의 손 안에는 작은 사과 사탕 하나가 꼭 쥐어져 있었다.

◇◆◇

한 달 전, 2월 14일. 하루만 더 지나면 봄방학이 시작되고, 같은 반 친구들과도 갈라지게 된다. 다가오는 새 학년을 앞두고 두근거리는 마음과 심란한 기분을 각자의 방식대로 곱씹거나 터뜨리는 학생들이 여기저기서 보였다. 때문에 반 분위기는 매우 부산스러웠다. 그 혼란함의 정점을 더하는 것이 바로......

“해피 발렌타인데이!”

누군가는 그저 상술일 뿐이라고, 넘어가는 쪽이 바보라고들 하지만. 기념일을 핑계 삼아 친구들과 달달한 간식거리를 잔뜩 나누기에도, 은근슬쩍 소중한 마음을 전달하기에도 좋은 날이다. 그렇기에 매번 편의점과 마트의 초콜릿들이 며칠 전부터 불티난 듯 팔리는 것이겠지. 게다가 이 학교는 다른 학교들에 비해 봄방학이 늦은 편이었기에 매해 등교 기간에 발렌타인데이가 아슬아슬하게 끼어있었다. 학년을 마무리하는 행사로도 괜찮은 것 같다며, 일부러 학사일정을 그렇게 조절한 건 아니냐는 이야기가 돌았을 정도였다. 목적이 무엇이든, 진실이 어떻든 간에, 아무렴 다 같이 즐거우면 된 거 아닌가? 적어도 로일레는 그렇게 생각했다.